Chapter 41
1.
C&C와의 협동 작전.
여러모로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의뢰였다.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이번 일이 나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방패를 사용한 실전 경험과 C&C와의 친분 및 탐색, 그리고 무엇보다 적잖은 양의 보수까지.
의뢰인이 세미나라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한번쯤은 경험해봐도 좋을 의뢰라 생각했기에.
더 나아가, 실제로 만나게 된 C&C의 부원들과도 금세 친해지며 이 의뢰를 받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허나.
그런 내 마음을 돌아서게 만드는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존재했으니. 그건 바로──.
“후배. 입어야겠지?”
“…싫어요.”
“C&C의 활동 원칙이다. 빨리 벗어.”
“시, 싫다고요……!”
“고작 메이드복인데 뭘 그리 고집을 부리냐!”
“그게 어떻게 고작이야!”
메이드복.
정신이 남자인 나에겐 너무나도 거대한 벽.
그것이 나의 발걸음을 멈춰서게 만들었다.
2.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이번 작전에 대한 간략한 회의가 마무리되었을 무렵.
깔끔하게 청소된 회의실에서 다과를 즐기던 나머지 부원들과 달리 나를 데리고 신나게 부실 소개를 해주던 아스나가 창고에 도달하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아스나는 그곳에 남아있는 여분의 메이드복을 발견하더니 이내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당장 메이드복을 입어보자며 부추기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정신적으로 남자였던 나는 거부감을 드러내며 거절했으나 그 소리를 들은 네루와 아카네마저 합류하며 나에게 메이드복 착용을 권유, 아니 강요하기 시작했다.
“미니스커트가 부담스러우시면 여기 롱스커트 차림의 메이드복도 있답니다.”
“그거 치마가 길어서 움직이기 불편하지 않냐? 그냥 짧은거 입으라니까. 여자 밖에 없는데 뭐 그렇게 부끄러움을 타고 그래?”
“나 히로쨩이 메이드복 입는거 보고 싶어!”
염병.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나는 표정을 팍 구기며 마른세수를 연이어 반복했다.
그리곤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간절히 물었다.
“……그냥 가면 안되나요.”
“후후, 안된답니다.”
“되겠냐?”
“안돼!”
당연하게도 빠꾸를 먹은 나는 실시간으로 정신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니까, 저 팔랑거리는 프릴이 가득한 메이드복을 입고 나보고 작전에 나가라 이 말이냐?
저건 복장이라기 보단 그냥 코스프레잖아!
물론, 코스프레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입는걸 보는 것과 내가 직접 착용하는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전생에 남자였던 내가 몸이 여자가 되었다고 메이드복 착용에 익숙해질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한 사정으로 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거부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바로, 아카네의 미친 메이드복 지식 때문에.
내가 짧은 치마가 싫다고 하니 긴 치마를 가져오고, 가슴이 부각된게 싫다고 하니 이번엔 빅토리아 식의 메이드복을 가져오고, 또 다른 이유로 싫다니 그것을 보완한 다른 메이드복을 가져온다.
미친. 메이드복에 종류가 왜 이렇게 많은거냐고.
아카네야, 왜 이렇게 메이드복에 빠삭한거니.
‘수영복 메이드복은 또 뭐야, 시발.’
그렇게 몇 분간 내 메이드복 착용에 대한 토론을 펼치고 있기를 잠시, 어느새 얌전하던 카린마저 합류하며 나와 그녀들의 설전은 1 VS 4의 구도가 되고 말았다.
“왜 아무도 제 편을 안들어주는데요!”
내가 아무리 외쳐보아도 그녀들의 반응은 같았다.
“이제 포기해라, 임마.”
“후후, 어서 받아들이도록 하세요.”
완강한 의사를 드러내는 C&C 부원들.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챈 나는 곧바로 등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지만…….
“어딜 도망가?”
“후후! 놓치지 않아!”
에이전트들인 C&C의 멤버들이 눈치 빠르게 다가와 나를 붙잡으며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나는 강제로 옷이 벗겨지며 몇십분간 메이드복 패션쇼를 그녀들의 앞에서 펼칠 수밖에 없었다.
“꺄아! 이쁘다!”
“옷걸이가 좋아서 그런가. 이쁘네.”
“음음. 그러게요. 잘 어울리네요.”
“푸하핫! 큭큭! 으하하핰!! 야! 잘 어울린다! 큭큭!”
세 사람은 어울리다고 하고, 한 사람은 웃는다.
웃는게 누군지는 구태여 밝히지 않아도 되겠지.
“………시발.”
그 날, 남자로써의 무언가가 박살난 기분이 들었다.
3.
다음 날, 작전 당일.
“후배, 왔냐?”
“……예.”
“킥킥. 아직까지 꽁해있냐? 메이드복 가지고 뭔.”
의뢰 장소인 발전시설 인근의 건물 옥상에 도착한 나는 먼저 도착해있는 C&C 멤버들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당연하게도, 메이드복을 입은 채로.
“음! 역시 히로쨩한테는 미니스커트가 어울려!”
그것도, 아스나와 마찬가지로 짧은 스커트의 메이드복을 입은 채로 말이다.
원래는 아카네처럼 롱 스커트 차림의 메이드복으로 할까 싶었지만 아스나의 완고한 주장에 떠밀려 결국 그녀와 비슷한 미니스커트 메이드복을 입게 되었다.
사소한 저항으로 조금 치마 길이를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짧은 치마 탓에 아래가 허전했다.
“교복은 잘도 입으면서, 참나.”
“그거랑은 다르죠…! 애초에 밀레니엄 교복은 이렇게 치마가 짧지 않다고요……!”
밀레니엄 교복 또한 스커트 착용이 원칙이긴 하지만 메이드복처럼 짧지도 않고, 무엇보다 옆으로 퍼지지 않고 아래로 쭉 뻗은 모양새다.
몇 개월 동안 착용하며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메이드복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게 내 의견이다.
“아, 알았다고. 귀 아프다.”
“이익……!”
내 주장을 한 귀로 흘리는 네루에게 화를 내보았지만 그녀들은 그저 후배의 투정으로 받아들이는 모양.
네루는 그런 내 모습에 웃음을 흘렸고,
아카네와 카린은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해주었으며,
아스나는 이쁘다며 아까부터 사진을 마구 찍었다.
“자, 치즈~!”
“…….”
아마 지금쯤 내 얼굴은 토마토마냥 붉어져 있지 않을까.
나는 마른세수를 연신 반복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결심했다. 이번 의뢰, 금방 정리하고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그리고 당분간 휴식을 취하자고.
“…그냥 빨리 시작이나 하시죠.”
“그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간단하게 브리핑하고 바로 시작하자고. 이러다 후배 얼굴 터지겠어.”
“농담하지 마시고요……!”
“킥킥. 알겠다니까.”
내 제안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여는 네루.
나를 놀리긴 했지만 시작하려고 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닌 듯 그녀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간략하게 브리핑을 시작하였다.
이번 의뢰의 간단한 정보들과 작전의 개요.
그리고 사전 지식에 관한 것들을.
“적들의 수는 대략 오십. 한 개 중대 규모고, 내부에는 이십, 외부에 삼십이 있다. 그러니 내부조와 외부조로 팀을 나누어서 작전을 진행한다.”
발전시설은 총 네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있고, 내외부에는 중대급 병력이 포진되어있다.
심지어 전차와 항공드론까지 운용하고 있다고 하니 어지간한 학원 중대급 세력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이번 의뢰 장소인 발전시설은 본래 어느 기업이 금융 컨설팅을 목적으로 사용하던 건물로, 내부에 사무실과 발전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신기한 형태의 시설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헬멧단과 용역 그리고 불량배로 이루어진 이들이 해당 시설을 습격하며 무단으로 점거했다고 한다.
놈들의 목적은 다름아닌 밀레니엄 네크워크 서버를 점유해 잉여 자금을 빼돌리는 것.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세미나에서 C&C를 파견하게 된 것이고.
“혹시라도 발전기에 영향 주지 마라. 괜히 건드렸다가 서버 다운되면 세미나가 물어줘야 해.”
“오케이~”
“확인했어, 부장.”
네루의 당부에 각자 대답하는 C&C 부원들.
하지만 네루 또한 그들의 말에 신뢰를 보내지는 않는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딱이는 모습.
나 또한 이곳에 빙의하며 C&C의 작전 대부분이 폭발로 마무리되었음을 전해 들었기에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작전은 뭐, 간단하지. 은밀함 따위는 필요없이 다 쓸어버리면 그만이다.”
뭔가 조잡한 작전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딱히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서로를 향한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그만큼 이번 작전을 쉽게 여겼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무렵, 어느새 브리핑 내용은 팀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제 내부와 외부 팀을 나눈다. 내부는 아스나, 아카네, 그리고 카린이 맡도록 해라.”
“알겠어! 부장!”
“알겠습니다, 리더.”
“네, 리더.”
내부의 병력을 상대하는 A팀.
“그리고 외부는… 나랑 후배, 우리 둘이면 충분하다. 어떻게 생각하냐, 후배?”
“충분합니다.”
“하! 건방지기는. 좋아. 준비하자고.”
그리고, 외부의 병력을 상대하는 B팀.
내가 속해있는 팀이었다.
우리는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각자의 위치에 섰다.
목표인 발전시설이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 난간에 서서 본격적인 시작 전에 호흡을 가다듬는다.
네루는 즐거운 일을 눈앞에 둔 듯이 미소지었고,
아카네는 진중한 표정으로 권총을 빼들며,
아스나는 상쾌한 미소를 머금으며 기지개를 피고,
카린은 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건물 내부를 탐색한다.
그리고 나는.
“준비됐냐, 후배?”
한 손에는 방패를, 한 손에는 총기를 들며.
그들과 마찬가지로 난간에 발을 올리며 미소지었다.
“당연하죠, 선배.”
“그래. 너라면 그럴줄 알았다.”
네루를 향해 미소짓자, 그녀는 전처럼 살벌하게 입가를 쫙 찢으며 크게 소리쳤다.
“자! 그러면 작전 스타트다!”
네루의 신호와 함께 우리는 건물 난간을 박차고 뛰어내리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작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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